안녕하세요 리뷰하는 작곡가 HYUNO입니다.
사실 원래 계획으로는 한 아티스트의 모든 앨범을 들어보고,
해당 앨범에서 아티스트는 어떤 걸 담고 싶었는지 리뷰해 볼 생각이었는데,
제가 오늘 환승 연애를 봐버렸습니다...
그래서 오늘 리뷰할 곡은 뜬금없지만 다비치님의 '나의 첫사랑'입니다.
[앨범 소개]
‘오직 서롤 사랑했던 그 시간들에게,
언젠가 웃으며 두 손을 흔들 날이 올 거야’
그리움의 계절 가을,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할 리릭컬 발라드로 돌아온 다비치.
찰나의 계절 가을처럼 짧았던, 첫사랑의 기억을 모티브로 한 타이틀 곡 ‘나의 첫사랑’은
다비치가 직접 작사에 참여해 그들만의 따뜻하고 아련한 감성을 덤덤하게 녹여냈고,
다비치 특유의 완성도 높은 보컬 프로덕션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 시절의 첫사랑이 떠오를 만큼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여기서 "리릭컬 발라드"라는 말이 조금 생소하실 것 같은데요 (저도 생소했습니다)
Lyrical Ballad - 서정적인 발라드라는 말 같습니다.
다비치 음악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1. 서정적이고 화음이 많은 일반적인 느낌의 발라드 (나의 첫사랑, 이 사랑)
2. 빠른 리듬의 드럼이 나오는 신나는 발라드 (8282, 거북이, 팡파르)
이렇게 두 가지로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사실 다비치는 다른 발라드 그룹이랑은 다르게 다양한 시도를 하는 그룹이에요.
저도 리드를 받고 아티스트 분석하기 전까지는 이 분들의 노래가 이렇게 다채로운지 알지 못했답니다.
이분들의 화려한 가창력에 숨겨져서 그렇지 정말 다채롭고 매력 있는 그룹이에요.
사실 제 사랑과 이별의 대서사를 함께 해주신 고마운 분들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이별하고 정말 힘들었는데, 나의 첫사랑 들으면서 정말 많이 울었고 위로가 되었어요.
헤어진 상대방이 잘 되길 바라는 것이
정말 성숙한 사랑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노래가 그렇거든요.
이별의 이유는 모두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별을 결심하게 되는 순간은
"다 해져버린 관계를 다시 기워낼 자신이 없을 때" 이거든요.
하지만 서로의 찬란했던 순간을 가졌고,
"오직 서롤 사랑했던 그 시간들" 이 값진 기억으로 남았기에
원망보다는 행복을 빌어주는 것 같습니다.
음악과 함께 들으시면 더 좋습니다.
가사
그때의 나는 너를 만나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순간들이 소중했어
내 첫사랑 잊고 싶지 않은 꿈
영원히 바래지 않는 그 마음 말이야
꽤 오랜 날들이 지나고
서로가 밉던 밤들도
너무 보고 싶어 울던 밤도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는 건
그 시절 가장 예뻤던 우리 때문일 거야
나의 첫사랑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우리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도
오직 서롤 사랑했던 그 시간들에게
언젠가 웃으며 두 손을 흔들 날이 올 거야
사랑이 전부였던 그때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매일 내일을 그려갔어
철이 없던 영원할 줄 알았던
그 시절 가장 빛나던 우릴 기억할 거야
나의 첫사랑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우리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도
오직 서롤 사랑했던 그 시간들에게
언젠가 웃으며 두 손을 흔들 날이 올 거야
그 말을 기억하니
내 마지막 한 사람이 너일 거라고
어렵게 꺼낸 수줍은 말들은
여기에 모두 간직하며 살게
나의 첫사랑
행복해줘 내게 부족했던 모든 걸
채워줄 그런 사람
그 사람을 만나서
오직 서롤 사랑했던 그 시간들에게
언젠가 웃으며 두 손을 흔들 날이 올 거야
[가사 이야기]
그때의 나는 너를 만나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순간들이 소중했어
내 첫사랑 잊고 싶지 않은 꿈
영원히 바래지 않는 그 마음 말이야
사랑했던 시간들은
그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꿈꿀 정도로
모든 순간들이 소중해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그런 순간들이 주는 행복만큼은
절대 잊고 싶지 않죠
'영원히 바래지 않는 그 마음'
이 표현 되게 예쁘지 않나요?
'바래다'라는 표현은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라는 뜻인데
그때의 사랑하던 그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꽤 오랜 날들이 지나고
서로가 밉던 밤들도
너무 보고 싶어 울던 밤도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는 건
그 시절 가장 예뻤던 우리 때문일 거야
"그 시절 가장 예뻤던 우리 때문일 거야"
서두에도 적어두었지만,
헤어진 상대의 행복을 빌어주는 건
"서로의 찬란했던 순간을 가졌기에"
나와의 끝이 행복하지 않았지만,
그 마음만큼은 진심이었기 때문에
그래서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그래요)
나의 첫사랑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우리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도
오직 서롤 사랑했던 그 시간들에게
언젠가 웃으며 두 손을 흔들 날이 올 거야
"두 손을 흔든다"
보통 안녕을 말할 때 그렇지 않나요?
두 손을 흔들 정도의 안녕이라면,
미련이 가득 남은 안녕이라기보다는
아쉽지만 즐거웠음을 생각하는
시원 섭섭한 느낌이 드는 안녕의 모양 같지 않나요?
여기서 안녕은 누구에게 하고 있을까요?
"오직 서롤 사랑했던 그 시간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어요.
제가 위로가 되었던 부분이 이 부분이에요.
헤어짐은 아프고 괴로워요.
한 사람의 세계가 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는데
그 공허함이 얼마나 크게 느껴지겠어요.
사람은 이기적이어서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선
그 사람을 자기 자신으로 인식해야 한대요.
그래서 그 사람이 아프면 내가 아픈 거래요
그 사람도 '나'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의 세상을 내 세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죠?
이별이라는 건 그렇게 천천히 받아들였던
새로운 세상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거예요.
마음 곳곳에 흔적을 남기고선 말이죠
그 찬란한 순간에게 시원섭섭한 안녕을 보낼 순간이 온다는 것.
그 순간이 진정한 사랑의 마지막 단계인 '이별' 같아요.
그 말을 기억하니
내 마지막 한 사람이 너일 거라고
어렵게 꺼낸 수줍은 말들은
여기에 모두 간직하며 살게
사랑에 빠져있는 순간에는
그 순간이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만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쉽게 영원을 약속하게 되죠
그렇게 뱉어버린 말들이
기억 속에서 사라졌을까요?
대부분은 기억하고 있어요.
미성숙했던 자신의 모습을,
그 기억을 애써 잊어버리기보다는
그것마저 찬란했던 한 순간이라 생각하고
간직하고 살아간다고 하는 것 같아요.
얼마나 성숙한 사람인가요.
이 곡에는 제가 지향했던
성숙한 사랑이 가득 담겨있어요.
그래서 그렇게 저를 많이 울렸나 봐요.
나의 첫사랑 행복해줘
내게 부족했던 모든 걸
채워줄 그런 사람 그 사람을 만나서
오직 서롤 사랑했던 그 시간들에게
언젠가 웃으며 두 손을 흔들 날이 올 거야
누구나 사랑이
영원히 계속되길 바라지만,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혹은 너무 사랑해서,
내가 많이 부족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이별의 순간을 마주하게 되죠
내게 부족했던 것들을 채워줄 수 있는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길 바라는 것 같네요.
[편곡 이야기]
일반적인 발라드 셋이에요
특이한 점이라고 하면
인트로의 피아노는 소리가
또렷한 피아노 소스를 쓴 것 같고
Verse나 다른 부분에 들어간 피아노는 조금 더 뭉개지는 느낌이 든다는 건데
이건 보컬과 리버브 소리들을 사이드 체인으로 사용해서 서로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는 믹싱 스킬을 사용해서 일 수도 있고 소스 자체가 다른 것일 수도 있어요.
다비치는 보컬이 정말 너무 좋아서 따로 다른 편곡을 더하지 않아도 곡의 감성이 잘 살아나는 것 같아요.
전체적인 곡의 빌드업은 스트링이 많이 가져가주고 있어요.
발라드 편곡은 적재적소에 깔끔하게 악기들을 배치하는 게정말 중요한데, 상대적으로 다른 POP이나 EDM에서 나오는 악기들만큼 소스를 다양하게 쓸 수 없기 때문도 있고, 곡의 기승전결이 확실해야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런 점에서 이 곡은 악기 배치를 정말 깔끔하게 했어요. 과하지 않은 FX, 기타, 스트링, 피아노
이렇게 절제된 편곡은 듣는 이로 하여금 세련되다는 느낌까지 들게 하네요.
그리고 이 편곡을 가장 멋지게 만들어주는 건 역시 보컬이고요.
[곡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
발라드 맛집 다비치답게 정말 깔끔하고 세련된 곡이에요.
가사와 편곡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게 없어요.
물론 둘 중에 더 좋은 걸 뽑으라면
"가사"인 것 같지만요
그만큼 가사가 좋아요.
성숙한 사랑의 마지막을 담고 있어요.
제가 추구하는 사랑이 이런 건데,
이렇게 음악에서 만나게 되니
반가운 감정이 앞서네요.
에디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그러더라고요
미성숙한 사랑은 말한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성숙한 사랑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도 나를 사랑해’
또한 미숙한 사랑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너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너를 사랑해’
하지만 성숙한 사랑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너를 필요로 한다’
어떤 이유로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든
이렇게 상대를 존재로써 사랑하게 되었다면,
그렇게 해서 서로의 찬란한 순간을 가졌었다면,
상대방의 행복을 빌어주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