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만들다 보면 필연적으로 다른 이들의 작품을 듣게 되고,
어떻게 표현했는지, 어떤 세계를 가지고 있는지 자연스레 느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제 시선이 아티스트의 시선과 완전히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 순 없겠지만,
제 시선으로 이들의 작품을 리뷰해보려고 합니다.
이 곡은 이름처럼 멜론의 전설이 되어버린,
2019년 발매된 정규 2집 앨범 "전설"의 타이틀 곡입니다.
3년만에 돌아온 잔나비의 2집이네요. 머나먼 시간이었죠.
그 사이 많은 것들이 변했어요. 세상은 더 이상 갈망하지 않고,
치열하게 부딪히며 사랑하던 모든 관계 역시 시대답게 편리해진 듯해요.
그것도 모르고 언제나 더 뜨겁고자 했던 나와 내 친구들은
어디에 몸을 부벼야 할지 몰라 한낱 음악 속에 우리 이야기를 눈치 없이 다 담아버렸네요
'전설'이라는 쓸데없이 장엄하고 촌스럽기 그지없는 이름과 함께요.
Too Much Information. 그래서 빙빙 돌며 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할 테니
남 이야기 듣듯 무심히 들어주세요. 언젠가는 다 사라져 전설로 남을 청춘의
처절했던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라며.
많은 시간 함께 기다려준 우리 팬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우리도 얼마나 많이 기다려왔는지 몰라요
잔나비 정규 2집 [전설] 앨범소개 中
- 곡을 들으며 보시면 더 좋습니다 -
가사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
달랠 길 없는 외로운 마음 있지
머물다 가셔요 음
내게 긴 여운을 남겨줘요
사랑을 사랑을 해줘요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새하얀 빛으로 그댈 비춰 줄게요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나의 자라나는 마음을
못 본 체 꺾어 버릴 순 없네
미련 남길 바엔 그리워 아픈 게 나아
서둘러 안겨본 그 품은 따스할 테니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언젠가 또 그날이 온대도
우린 서둘러 뒤돌지 말아요
마주 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
피고 지는 마음을 알아요
다시 돌아온 계절도
난 한 동안 새 활짝 피었다 질래
또 한 번 영원히
그럼에도 내 사랑은
또 같은 꿈을 꾸고
그럼에도 꾸던 꿈을
난 또 미루진 않을 거야
[가사 이야기]
내게 긴 여운을 남겨줘요
사랑을 사랑을 해줘요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누군가를 보고
계속 생각나는 것,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그런 마음이 긴 여운이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은
세상에 둘만 있는 것 같은
그런 묘한 착각을 주는 것 같아요
그런 순간이 오면, 둘만의 추억을 새기고,
그곳에 책갈피를 꽂고 계속 떠올리고 싶어 지죠.
언젠가 또 그날이 온대도
우린 서둘러 뒤돌지 말아요
마주 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
이 가사가 개인적으로는
제일 아프면서 예뻤어요
이별하는 순간을 오롯이
바라보는 사람은 정말 드물어요.
이별의 순간을 바라보며 뒷걸음친다는 건
아픔까지도 사랑이라 생각하고
마지막까지 정말 소중하게 여기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닐까 싶어요.
피고 지는 마음을 알아요
다시 돌아온 계절도
난 한 동안 새 활짝 피었다 질래
또 한 번 영원히
하나의 사랑이 지나가고
그 사랑을 오롯이 정리한 사람은
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게 되겠죠
그런 성숙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
더욱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편곡 이야기]
[Verse]
묵직하게 깔리는 베이스와
귀여운 업라이트 건반, Pad 계열의 소리가
곡의 전체적인 소리를 채워 줍니다.
화성을 채우기 위해 연주되기보단
보컬의 빈자리를 꾸며주는 듯한
연주가 곡의 특색을 더해주고 있어요.
FX 소리가 마치 별이 떨어지는 것 같은
이미지를 연상시켜요.
신디 사이저의 Bell 소리도
이런 느낌을 더해주는 아이고,
이 소리와 피아노, 일렉 기타의
하모닉스 톤이 같은 결인 이유는
이들의 하모니가
밤하늘을 수놓은 별과 같은 이미지를
주기를 바라서 아닐까 상상하게 되네요
[Chorus]
스트링과 브라스가
주인공처럼 강하게 나오진 않아요.
이들은 꽤 웅장한 소리를 줄 수 있는데도 말이죠.
보컬 라인에 거슬리지 않게,
이야기의 밖에서 이야기를 꾸며주는
아름다운 조연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 곡의 주인공을 위해 자리를 비켜준 것 같아요.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의 노래가
주인공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남은 악기들은 부르는 이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꾸며주는 야경처럼 존재하네요.
[곡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
이 곡은 사랑이 지는 걸 알아도 사랑하자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사랑의 결말을 알아도, 그 사랑을 미루지 않고, 사랑이 주는 순간들을
즐기며 살아가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사랑은 아프지만,
아픔과는 바꿀 수 없는
찬란한 행복의 순간들을 선물해 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별의 아픔이 두려워서 사랑을 포기하기엔
우리의 청춘은 너무나도 빛나고 아름답습니다.
가시에 찔릴 걸 알지만, 또다시 사랑하고 싶어지는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